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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의학(통증클리닉)이란 

그루터기 Doodle 2008. 8. 20. 01:13

통증의학(통증클리닉)이란 
몸의 '경고신호' 신경치료로 잡는다

 

동아대병원 3층 마취통증클리닉. 마취과 이종환 교수가 70대 남성 환자의 목을 만지고 있다. '어르신. 여기는 어떻습니까,아프십니까?' '아이고!' 질문과 답이 몇 차례 오간 뒤 이 교수가 주사기를 뽑아 들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 부위에 주사제를 놓는다. 통증을 유발한 신경을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몇 년 전부터 개원가를 중심으로 '통증클리닉'이란 명칭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세세하게 내용을 아는 일반인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 교수의 말이다.

'통증은 몸의 이상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신호입니다. 그러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통증이 상당수 있습니다. 각종 검사 결과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데 통증은 엄연히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만성통증과 난치성 통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통증의학'입니다.'

 

우리나라에 통증의학이란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초부터이다. 마취과가 이 분야를 담당하고 나섰다. 그리고 1986년에 대한통증학회가 발족됐다. 현재 회원 수는 2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학회 인정의 제도는 1996년에 와서야 생겨났다. 2001년 3월 현재 전국적으로 385명의 인정의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력은 일천한 셈이다.

 

통증의학에서는 만져서 살펴보는 촉진과 시티(CT) 같은 장비를 이용한 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을 분석한 다음 통증을 유발한 원인 신경을 마취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통증의학에서 시행하는 신경치료는 일시적으로 감각을 마취시키는 수준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통증부위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뼈주사'같은 것은 혹 아닌가? 부작용은?

 

이 교수의 말이다.

'통증의학은 숙련된 고도의 기술과 최신 의학지식을 필요로 하는 치료법입니다. 치료약제는 최소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시술의 한계와 부작용이 거의 없고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설사 주사를 잘못 놓는다 하더라도 약효가 2시간 정도만 지속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보자.

 

· 신경치료

우리 몸에는 수많은 신경이 분포되어 있다. 통증은 신경에서 비롯된다. 참고로 뼈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뼈를 건드린다고 해서 통증이 생기지는 않는다. 따라서 뼈를 깎는 고통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신경치료는 통증을 유발한 신경의 주위에 직접 국소마취제와 소염제를 주사,통증의 전달 경로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염증과 부종이 개선된다.

 

이 교수는 '신경은 그 기능에 따라 운동신경,지각신경,자율신경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각 신경은 투여된 치료제의 농도에 반응하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면서 '치료제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만 집중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미 있는 것은 국소마취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정된 시간에만 작용하지만 신경치료용으로 사용하면 약제의 작용시간이 끝났다고 생각되는데도 더 오랜 시간 통증 제거에 기여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신경치료가 통증의 악순환을 차단시켜 주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 IMS치료

IMS치료는 근육의 적절한 포인트를 찾아 침으로 자극함으로써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과민해진 신경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주는 치료법이다. IMS치료는 일견 동양의학의 침구치료와 유사해 보이지만 해부학,신경해부학,신경생리학 등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 프롤로테라피

'증식치료(proliferation therapy)'란 뜻의 프롤로테라피는 말 그대로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는 치료법을 말한다.

인대는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질긴 힘줄을,건은 근육이 뼈에 부착되는 부위를 말한다.

 

특히 운동범위가 큰 목 어깨 팔꿈치 손목 허리 무릎 발목 같은 부위는 운동이나 외상으로 인해 손상을 잘 받는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잘 낫지 않는 근육과 관절의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치료법이 프롤로테라피이다.

 

통증치료에 사용되는 방법은 모두 20여 가지 정도가 된다.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10가지 정도이다.

문제는 통증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료과가 한정되면 통증에 대한 원인분석 및 치료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러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 통증클리닉의 경우 한 가지 진료과가 처리하는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약 41% 정도는 2~5개과 운영하고,25%는 6개 이상의 진료과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병원에서는 마취과가 단독으로 맡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마취과와 신경외과,정형외과 전문의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협진 체계는 미흡한 편이다.

 

이 교수는 '한 가지 진료과의 소견만으로 모든 통증을 해결하고 나서면 오류를 낳기 쉽다'면서 '관련 진료과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 통증클리닉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일시적인 치료 효과만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협진하려는 태도와 의료윤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일보 2004/11/01일자 020면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