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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맛집] 기장 '소문난 주문진 막국수'

그루터기 Doodle 2008. 4. 16. 14:00

[몰래가는 맛집] 기장 '소문난 주문진 막국수'
한 젓가락 두 젓가락 … 어느새 빈 접시
메밀꿩만두·메밀전 입맛 당겨
유황오리보쌈 담백하고 쫄깃
입가심 막국수 육수도 산뜻

 
  유황오리한방보쌈, 막국수, 메밀전, 메밀꿩만두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와 한상궁이 임금에게 진상했다가 독극물로 오해를 받아 고초를 겪는 계기가 되는 음식이 있다. 유황을 섞어 만든 사료로 키운 오리, 바로 유황오리이다. 원래 오리고기 자체는 체내 흡수가 잘 돼 피로를 풀어주고 피부미용에도 그만이어서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뜨거운 성질의 유황과 차가운 성질의 오리, 두 상극이 만나면 몸 속 유해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까지 발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장 장안사 구경을 갔다거나 달음산 등산을 마친 뒤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해 고민했던 분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식당이 있습니다." '부산맛집기행' 회장 조성화(58·자영업) 씨가 이번에 추천한 맛집은 부산 기장군 기장읍에 있는 '소문난 주문진 막국수'이다. 식당 이름처럼 막국수가 주종목인 이 집에서 3개월 전부터 새로 선보인 메뉴 '유황오리한방보쌈'을 맛보러 가자는 제안이었다. 조 씨는 "막국수 외 별미를 즐길 수 있는 집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식당은 기장읍내 한가운데 있다. 주차장과 홀이 모두 널찍하다. 위치가 부산의 외곽이라 번잡한 느낌도 없다. 메뉴판에는 메밀막국수(물 4500원, 비빔 5000원) 메밀칼국수(4000원) 돼지수육(1만2000~1만5000원) 과메기(1만5000~2만 원) 홍어(수육과 함께 2만~3만 원) 등과 함께 유황오리한방보쌈(1마리 3만5000원) 유황오리한방찜(2만5000원) 메밀꿩만두(6000원) 메밀전(4000원) 녹두빈대떡(7000원) 등 5가지가 추가돼 있다. 막국수가 여름철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인 탓에 겨울철 손님들의 몸을 데워줄 메뉴를 보강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새 메뉴를 중심으로 골고루 시켰다.

 
메밀꿩만두와 메밀전이 먼저 나왔다. 나무로 된 찜그릇에 어린이 주먹 크기의 만두 8개가 따끈하게 데워져 먹음직스럽다. 검보랏빛이 감도는 만두 한 개를 집어 반으로 나누니 속은 야채와 고기가 찼다. 속에 들어간 고기가 꿩고기라는 것이 조 씨의 설명. 만두 피도 메밀과 전분가루가 적당이 어우러져 쫄깃하다. 메밀전도 보통 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배추 파 등을 넣어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혀에 착 감긴다. 동행한 이광민(25·PC조립 프리랜서) 씨는 "경북 안동에 가면 생배추를 밀가루에 묻혀 지져먹는 배추전이 있는데 거기에 메밀이 어우러진 것같은 독특한 맛"이라며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이날의 메인요리 유황오리한방보쌈이 등장했다. 커다란 접시 한가운데 윤기 도는 오리고기가 수북하고 가장자리에 겨울초 상추 치커리 등 3가지 종류의 생야채, 빨갛게 무친 가오리식해, 오이와 부추 초절임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얇게 저민 생마늘과 채를 썬 수삼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기는 다리 가슴 몸통 날개 등 오리 한 마리 전체에서 발라낸 살코기. 짙은 갈색에 기름기는 거의 없고 한약 냄새를 솔솔 풍기며 군침을 돌게 한다. 겨울초 한 잎에 고기 한 점, 가오리식해 한 젓가락을 놓고 수삼 한 조각을 얹어 한 입에 밀어넣었더니 입안이 달다. 기름기가 거의 없고 약간 텁텁한 맛이 나는 부위는 가슴과 다리살, 고기가 얇고 쫄깃한 것은 날개 부위라는 것이 조 씨의 설명. 동행한 박홍관(42·직장인) 씨는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는 딸아이도 날름날름 잘 집어먹더라"고 했다.

 
입가심으로 주문한 막국수는 면발이 살아 있고 국물도 시원하다. 밑반찬으로 깔린 동치미나 계절과일 소스를 뿌린 샐러드도 기억에 남는다.

이 식당은 찾는 일이 문제다. 해운대에서 기장읍내로 들어와 기장군청을 가기 직전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다음 고려병원을 찾으면 거의 다 온 셈이다. 고려병원을 지나 첫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50m쯤 직진하면 오른쪽에 식당이 있다. 길이 약간 굽어있어 식당 바로 앞까지 가서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메인홀 외에도 커다란 방이 2개나 돼 단체 모임을 하기도 좋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 (051)722-7088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 맛집기행(회원 4만5000여 명)'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 주인장 한마디 - 맛있는 보쌈 즐기려면 예약 필수

 
"먼 곳까지 오신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아야 할 텐데…." '몰래가는 맛집'임을 뒤늦게 알게 된 김정순(여·53) 사장은 수줍게 웃었다. 지난 2001년 동구 수정동에서 6년간 막국수 가게를 운영하다 2006년 11월 규모를 넓혀 현재의 위치로 옮긴 뒤 메뉴를 보강했다. 유황오리한방보쌈에 들어가는 유황오리는 각종 한약재가 들어간 소스에 고기를 하루 정도 재워두었다가 쪄서 기름을 뺀 후 또다른 소스에 조려내는 세 단계를 거친다. 한약재소스에 1차 절인 고기를 준비해 두었다가 주문이 떨어지면 2차, 3차 조리를 하는데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 따라서 보쌈이나 찜을 먹고자 하는 손님들은 방문전 예약을 하면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따끈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막국수 육수의 비밀도 궁금하다. "소사골육수입니다. 사골을 푹 고아 식힌 뒤 기름기를 모두 제거하면 노르스름하면서도 맑은 육수가 남습니다." 메밀꿩만두 재료도 강원도 춘천에서 가져다 쓴다. 접근도가 낮아 불편함은 있지만 맛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김 사장은 "교외로 나왔다 적당한 먹을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집을 기억해 달라"며 미소지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입력: 2008.02.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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