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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맛집] 광안리 '오시오전통숯불갈비'

그루터기 Doodle 2008. 4. 16. 13:59

[몰래가는 맛집] 광안리 '오시오전통숯불갈비'
선홍빛 생고기… 굽기도 전에 군침 돌아
땡초장에 찍어먹는 대패삼겹살, 묵은지 김치찌개도 '명불허전'

 
  맛집기행 일행이 대패삼겹살을 앞에 두고 모듬생고기를 부위별로 굽고 있는 모습.
광안대교의 멋진 야경이 펼쳐지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바닷길. 삼익비치아파트에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한 블록 뒷길로 들어서면 언양불고기 골목(수영구 광안동)이라는 곳이 나온다. 여기에는 숯불쇠고기를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사람들마다 각자 들르는 집이 따로 있을 정도로 가게마다 특색이 있다는 것이 미식가들의 설명이다. 이 중 한 곳이 이번에 '부산맛집기행'에서 추천한 식당이다. '오시오전통숯불갈비(수영구 광안동)'라는 집이다. 맛집기행 측은 "쇠고기도 팔지만 돼지고기 모듬 메뉴가 있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느 금요일 오후 7시께. 한 주가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홀을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이 꽤 많다.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라 시장기를 더욱 자극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일행 중 단골을 알아본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구조가 좀 바뀌었죠? 얼마전 대보름날에 조그만 불이 나는 바람에 인테리어를 새로 했습니다. 작은 불은 악귀를 쫓아낸다는 속설이 있다죠. 허허." 사장님의 사람좋은 웃음이다. 한동안 맞장구를 치던 일행은 주린 배를 자각하고 돼지고기 모듬생고기(4인분 600g 2만5000원) 한 접시를 주문했다. 모듬생고기에는 삼겹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 등 네 가지 돼지고기가 나와 특수부위 맛을 골고루 보려는 사람들에게 알맞다는 것이다.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은 흔히 '돼지 특수부위 삼총사'로 불리는 고기로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한정돼 있어 삼겹살보다 가격도 비싸다.

'이모님'들이 고기를 내오기 전 테이블에 먼저 깔아놓은 밑반찬은 대략 10가지. 우선 노랗게 빛깔 좋은 호박죽 한 종지가 입맛을 돋구었고 이어 샐러드와 배추겉절이로 젓가락이 옮아갔다. 그 옆에는 계란에 살짝 지져낸 두부와 버섯구이. 가오리와 무우말랭이를 빨갛게 무쳐낸 반찬도 입을 즐겁게 했다. 발그레 잘 익은 배추백김치가 시원하다.

 
밑불과 함께 모듬생고기가 등장했다. 양도 제법 푸짐하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팽이버섯과 양파 가래떡도 나왔다. 함께한 박남규(39·자영업) 씨는 "보통 식당에서 항정살을 시키면 얇게 썰어서 나오는데 이 집에서는 크게 한 덩어리로 나오는데다 중간 중간에 다이아몬드 칼집이 들어가 있어 훨씬 부드럽다"고 말했다. 고기를 부위별로 조금씩 한 불판에 얹어 구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싹 구워진 삼겹살은 쫄깃쫄깃 고소했다. 항정살은 하얀 빛이, 가브리살이나 갈매기살은 붉은 빛이 더 많이 돌면서 서로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일행에 동참한 정성동(32·회사원) 씨는 "고기는 고기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면서 불을 조절하며 능숙하게 고기를 구워냈다.

모듬생고기 접시가 비어갈 무렵 대패삼겹살(1인분 100g 3000원)을 시켰다. 대패삼겹살은 말 그대로 대패를 사용한 것처럼 얇게 썰어낸 삼겹살을 말한다. 박 씨는 "한때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참 유행하다 이 집에서 다시 내놓기 시작한 메뉴"라며 "보통은 냉동삼겹살을 육절기로 썰어내는데 이 집은 국산 암돼지 생고기를 살짝 얼린 다음 썰어내기 때문에 쫄깃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통 대패삼겹살은 냉동육이므로 구울 때 육즙이 흘러내리지만 이 고기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과연 돌돌 말려있는 대패삼겹살 한 조각을 불판에 올리니 얼었던 살이 열에 녹아 살살 펴지다 이내 꼬들꼬들 익기 시작한다. 노릿하게 익었다 싶은 시점에 고기를 다시 한 젓가락에 뭉쳐 장에 찍어 먹으니 고기는 입 한가득이지만 금세 꼴딱 넘어간다. 대패삽겹살을 찍어먹으라고 특별히 내놓은 땡초장과도 고기맛이 잘 어우러졌다.

여느 고기집과 마찬가지로 식사의 마지막은 공기밥이나 누룽지(된장 또는 김치찌개 포함 1인분 2000원)가 장식한다. 일행이 '강추'한 것은 김치찌개였다.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는 찌개는 색이 붉어 아주 매워보였지만 실제 맛은 그렇지 않았다. 김치 두부 당면 수제비 고기 등이 골고루 어우러져 시원하면서도 아주 진했다.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언양불고기(1인분 1만6000원)나 등심·안거미(1인분 1만9000원) 등도 즐길 수 있다. 영업은 24시간 연중무휴. 주차장도 딸려있다. (051)755-2887


◆ 주인장 한마디

- 순수 국산 돼지 생고기

- 8시간 끓인 김치찌개 맛 자신

 
손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김치찌개의 조리법이 궁금했다. 조비오 사장은 "푹 삭힌 묵은지를 육수 다시마와 8시간가량 푹 끓인 다음 다른 재료를 넣어 다시 한번 더 끓여내기 때문에 그런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대패삼겹살을 찍어먹는 땡초장도 사장 부부가 개발한 회심의 작품. 매운 땡초 고추와 간장이 어우러져 기름진 고기와 절묘하게 궁합이 들어맞다. 배가 부른데도 삼겹살을 자꾸 먹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초량에서 3년, 광안리에서 7년 총 10년간의 경험이 쌓인 조 사장 부부는 순수 국산 생고기만을 취급해 맛을 유지하는 것이 영업의 비결이라고 했다. 모듬생고기에 나오는 고기도 모두 100% 국내산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치찌개와 누룽지.
돼지고기이면서도 결이 부드럽고 특히 소의 특양 맛이 난다는 '항정살', 목줄기 부위여서 부드럽고 기름기가 많이 없는 '가브리살', 쫀득한 맛이 특징인 '갈매기살' 등 이 모든 고기를 식당 손님들이 오가며 바라볼 수 있는 식당 입구에서 손질하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발로이다.

조 사장은 "광안리의 밤바다의 아름다움과 맛있는 고기를 함께 즐기려는 손님들은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손짓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입력: 2008.03.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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