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기행 일행이 대패삼겹살을 앞에 두고 모듬생고기를 부위별로 굽고 있는 모습. | |
어느 금요일 오후 7시께. 한 주가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홀을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이 꽤 많다.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라 시장기를 더욱 자극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일행 중 단골을 알아본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구조가 좀 바뀌었죠? 얼마전 대보름날에 조그만 불이 나는 바람에 인테리어를 새로 했습니다. 작은 불은 악귀를 쫓아낸다는 속설이 있다죠. 허허." 사장님의 사람좋은 웃음이다. 한동안 맞장구를 치던 일행은 주린 배를 자각하고 돼지고기 모듬생고기(4인분 600g 2만5000원) 한 접시를 주문했다. 모듬생고기에는 삼겹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 등 네 가지 돼지고기가 나와 특수부위 맛을 골고루 보려는 사람들에게 알맞다는 것이다.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은 흔히 '돼지 특수부위 삼총사'로 불리는 고기로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한정돼 있어 삼겹살보다 가격도 비싸다.
'이모님'들이 고기를 내오기 전 테이블에 먼저 깔아놓은 밑반찬은 대략 10가지. 우선 노랗게 빛깔 좋은 호박죽 한 종지가 입맛을 돋구었고 이어 샐러드와 배추겉절이로 젓가락이 옮아갔다. 그 옆에는 계란에 살짝 지져낸 두부와 버섯구이. 가오리와 무우말랭이를 빨갛게 무쳐낸 반찬도 입을 즐겁게 했다. 발그레 잘 익은 배추백김치가 시원하다.
모듬생고기 접시가 비어갈 무렵 대패삼겹살(1인분 100g 3000원)을 시켰다. 대패삼겹살은 말 그대로 대패를 사용한 것처럼 얇게 썰어낸 삼겹살을 말한다. 박 씨는 "한때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참 유행하다 이 집에서 다시 내놓기 시작한 메뉴"라며 "보통은 냉동삼겹살을 육절기로 썰어내는데 이 집은 국산 암돼지 생고기를 살짝 얼린 다음 썰어내기 때문에 쫄깃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통 대패삼겹살은 냉동육이므로 구울 때 육즙이 흘러내리지만 이 고기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과연 돌돌 말려있는 대패삼겹살 한 조각을 불판에 올리니 얼었던 살이 열에 녹아 살살 펴지다 이내 꼬들꼬들 익기 시작한다. 노릿하게 익었다 싶은 시점에 고기를 다시 한 젓가락에 뭉쳐 장에 찍어 먹으니 고기는 입 한가득이지만 금세 꼴딱 넘어간다. 대패삽겹살을 찍어먹으라고 특별히 내놓은 땡초장과도 고기맛이 잘 어우러졌다.
여느 고기집과 마찬가지로 식사의 마지막은 공기밥이나 누룽지(된장 또는 김치찌개 포함 1인분 2000원)가 장식한다. 일행이 '강추'한 것은 김치찌개였다.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는 찌개는 색이 붉어 아주 매워보였지만 실제 맛은 그렇지 않았다. 김치 두부 당면 수제비 고기 등이 골고루 어우러져 시원하면서도 아주 진했다.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언양불고기(1인분 1만6000원)나 등심·안거미(1인분 1만9000원) 등도 즐길 수 있다. 영업은 24시간 연중무휴. 주차장도 딸려있다. (051)755-2887
◆ 주인장 한마디
- 순수 국산 돼지 생고기
- 8시간 끓인 김치찌개 맛 자신
대패삼겹살을 찍어먹는 땡초장도 사장 부부가 개발한 회심의 작품. 매운 땡초 고추와 간장이 어우러져 기름진 고기와 절묘하게 궁합이 들어맞다. 배가 부른데도 삼겹살을 자꾸 먹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초량에서 3년, 광안리에서 7년 총 10년간의 경험이 쌓인 조 사장 부부는 순수 국산 생고기만을 취급해 맛을 유지하는 것이 영업의 비결이라고 했다. 모듬생고기에 나오는 고기도 모두 100% 국내산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치찌개와 누룽지. | |
조 사장은 "광안리의 밤바다의 아름다움과 맛있는 고기를 함께 즐기려는 손님들은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