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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맛집] 씻은 김치에 수육- 해운대 '윤가네 신토불이보쌈

그루터기 Doodle 2008. 2. 6. 22:07

[몰래가는 맛집] 씻은 김치에 수육 한 점… 침 넘어간다 '꿀꺽'


'윤가네 신토불이보쌈'
약재 등으로 삶아 고기 담백
양념게장에 밥 한공기 '뚝딱'

 
  보쌈
솔직히 보쌈집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동호회 '부산맛집기행'이 부산 해운대구 중1동 세이브존 바로 옆에 있는 '윤가네 신토불이보쌈'을 추천했을 때 말이다. 달큰한 김치에다 돼지고기 수육을 싸먹는 맛에 큰 차이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상을 받고 음식을 하나씩 맛보면서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졌다. 손님을 잘 대접하겠다는 주인의 정성과 의지는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진 음식에도, 한결같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의 태도에도 묻어있었다.

일행이 식당을 방문한 때는 어느 평일 오후 7시께. 입구부터 남달랐다. 1층을 고집하는 여느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2층에 있었다. 그런데도 널찍한 홀 안에는 벌써 손님이 절반가량 차 있었다. 동행한 정은애(여·31·시각디자이너) 씨는 "뜨내기 손님들보다는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메뉴는 보쌈 홍어 쟁반국수 등이었다. 3인분 짜리 보쌈인 으뜸신토불이보쌈(2만8000원)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기름기 있는 거 드릴까요, 없는 거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반반 섞어 주세요." 일행 중 단골을 알아본 종업원은 "서비스"라면서 사장이 집에서 담갔다는 약술 한 주전자를 먼저 내왔다.

 
주메뉴인 보쌈은 밑반찬으로 입을 다시는 사이 금새 나왔다. 장독 뚜껑만한 새까만 질그릇 한쪽에 돼지고기수육이 수북이 쌓여있고 그 옆에 삶은오징어 오징어무침 생채 무말랭이무침 씻은김치가 푸짐하게 담겨있다. 수육을 싸먹을 수 있게 상추와 배추잎은 물론, 돼지고기와는 떨어질 수 없는 새우젓과 막장 생마늘도 같이 올랐다. 윤요섭(32·회사원) 씨는 수육 무말랭이무침 생김치 새우젓을 조금씩 배추잎에 얹어 싼 뒤 한 입에 쑥 밀어넣었다. "술 한 잔이 절로 생각나네요." 고기는 상추나 배추잎에 싸먹어도 좋지만 씻은김치와 먹는 맛도 일품이다. 적당히 간이 밴 김치와 고기, 그리고 고기를 삶을 때 함께 넣은 듯한 더덕조각이 뒤섞여 부드럽게 넘어간다. 기름기가 있는 부위라도 별로 느끼하지 않아 좋다.

 
  공기밥위에 얹은 양념게장
보쌈 외에 다른 반찬도 화려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양념게장 계란철판 감자탕이었다. 얼핏 보기에 양념게장은 생게를 고추장 양념에 사정없이 버무린 모양이라 맵거나 짜거나 혹은 비릴 것같은 생각부터 든다. 그러나 몸통 한 조각을 집어들어 젤리같은 게살을 빨아당기는 그 몇초 사이 마음은 바뀐다. 짜지도 맵지도 않다. 그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그 무엇이 혀끝을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입에는 더 많은 침이 고일 뿐이다. 어느새 접시는 바닥을 드러내고 아쉬운 마음에 남아있는 고추장 양념을 한 숟가락 덜어 하얀 쌀밥에 비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윤 씨는 "배가 불러도 밥을 꼭 두 그릇씩 먹게 되는 게 이 게장 때문"이라고 했다. 철판에서 익은 계란말이 속에는 양파 당근 대파 등 야채가 많이 들어있어 맨입에 먹어도 그만이다. 감자탕도 진국이다.

보쌈은 양에 따라 보쌈+돌솥밥(1인·9900원), 신토불이보쌈(2인·1만9000원), 으뜸신토불이보쌈(3인·2만8000원), 특으뜸신토불이보쌈(4인·3만5000원), 신토불이보쌈+으뜸보쌈(5인·4만8000원), 으뜸보쌈+으뜸보쌈(6인·5만6000원), 특으뜸보쌈+특으뜸보쌈(8인·7만 원) 등이다. 홍어삼합도 4만 원(2~3인분)과 5만 원(3~4인분) 짜리가 있다. 쟁반국수(작은 것 5000원, 큰 것 1만 원)도 별미다. 4인용 테이블이 30여개이고 12인용 별실이 있어 단체모임을 하기도 좋다. 영업은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대신 고기가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는다. 기계식 주차장. 만차땐 다른 주차장을 이용하면 1000원을 거슬러 받는다. 연중무휴. (051)731-1441


 
  감자탕
# 주인장 한마디 -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손맛 더욱 갈고 닦아야죠"

맛보기 취재를 마치고 사장 윤휘상(37) 씨에게 대뜸 수육 삶는 비법을 물었다. 의외로 수월하게 대답이 나왔다. "양파 껍질을 쌀뜨물에 30분에서 1시간 담가놓으면 붉디 붉은 색이 우러나옵니다. 그 물에 된장과 갖은 약재를 넣고 고기를 삶으면 맛있는 수육이 완성되죠." 보쌈 못지않게 이 식당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양념게장의 비법도 궁금했다. "그건 안됩니다. 목포에서 식당을 하셨던 외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손맛인데 못 가르쳐 드려요." 갑자기 단호해진 사장에게 이번에는 감자탕의 제조법을 물었다. "그것도 안됩니다. 아버지가 주방에서 직접 끓이시는데 어떻게 끓이는지 제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주요 메뉴의 조리법을 알아내는데는 1승2패하고 만 셈이다.

윤 사장은 스스로도 3대째 내려오는 손맛을 타고 났다고 여긴다. 조리사 자격증만 일식 중식 한식 등 6가지이다. 호텔 조리실에서 근무하다 자기 일을 찾아 그만둔 그는 소문난 식당을 100여 곳이나 돌아다니면서 음식맛을 연구해 지난 1997년부터 11년째 지금의 식당을 꾸려나가고 있다. 요즘도 인근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뒤져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보고 손님의 입맛을 시험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윤 사장. 그런 노력의 결과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윤 사장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나오는 손님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드실만 하셨습니까." 손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 그의 가슴도 쫙 펴진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 맛집기행(회원 4만4000여명)'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200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