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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맛집] 돼지곱창집 문현동- '백년식당(백년전통곱창)'

그루터기 Doodle 2007. 12. 6. 21:20

[몰래가는 부산맛집] 돼지곱창집 문현동- '백년식당(백년전통곱창)'
한잔 어떤가, 친구
매콤달콤 쫄깃쫄깃 … 술안주는 물론 반찬으로도 손색없어

 


 
  백년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곱창. 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남구 문현4동에 있는 50여 년 전통의 곱창골목.
혹시 이곳을 못 찾아 헤매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고소한 냄새가 수십m 전부터 훌륭한 방향타 역할을 한다.
문현동 곱창골목에는 15여 곳의 곱창식당이 다닥다닥 영업을 하고 있다.
메뉴는 같은 돼지곱창이지만 인기도는 확연히 다르다.
호객 행위를 해야할 만큼 썰렁한 곳이 있는가 하면 초저녁부터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든 가게도 있다.
'백년전통곱창(백년식당)'도 그런 집 가운데 한 곳이다.


"오늘 유난히 손님이 많네." 조성화(57·사업) 김미선(여·28·직장인) 김미정(여·26·〃) 이문영(여·26·〃) 씨 등 일행은 홀에서는 빈 자리를 찾지 못해 방으로 올라갔다. 늦가을 어느 수요일 초저녁(오후 7시께)이었다. 친구 가족 연인 등 먼저 온 손님들이 이미 홀에 비치된 연탄불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연탄불에 구워야 맛있는데…." 메뉴는 단출하다. 돼지곱창(1인분 200g·6000원)과 돼지 갈매기살(1인분 140g·7000원) 두 가지다. 주류에는 일반 소주 외에 '슬러시 소주'라는 게 있었다. "보시면 알아요. 돼지곱창과 죽이게 어울리죠." 일행이 합창을 했다.

테이블당 돼지곱창 2인분씩 주문했다. 불판 위에 놓인 엄지손가락 마디 크기의 곱창은 불그스레한 양념 옷을 입고 금방이라도 톡 튀어오를 것처럼 탄력이 넘친다. 짙은 갈색의 염통 조각도 간간이 섞여있다. 고기는 이미 초벌구이가 돼 있다. 그러고 보니 식당 사모님이 아까부터 가게 한쪽 연탄불 위에서 양념을 발라가며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었다. "돼지곱창은 바싹 익혀야 맛있습니다. 그래야 더 쫄깃쫄깃해요. 불 세기를 조절하면서 굽는 기술이 중요하죠." 곱창맛에 폭 빠진 김미정 씨의 손놀림이 보통아니다. "곱창이 피부미용에 얼마나 좋은데요."

한 번 굽힌 고기였지만 이를 다시 충분히 익히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뭉근하게 달아오른 불판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곱창 표면에는 기름기가 반지르르 돌았다. "이때가 제일 맛있어요. 소스에 찍어 맛을 보세요." 빨간 고추장 소스에 고기 한 점을 찍어 입안에 넣었다. 씹는 질감은 쫄깃쫄깃. 맛은 고소. 노린내나 잡냄새는 없었다. 쇠고기 양곱창과는 또다른 맛이었다. 생마늘 한 접시도 함께 구웠다. 고기기름과 곱창양념이 어우러진 노릇한 마늘구이도 침샘을 자극했다. 콩나물국 한 숫가락으로 입안을 씻어내고 또 다시 한 점 한 점…. 젓가락이 자꾸 불판으로 간다.

 
  슬러시소주.
문제의 '슬러시소주'가 나왔다. 슬러시소주는 일반 소주를 '적정 온도'에서 '적정 시간'동안 반쯤 얼린 것이다. 병을 흔들면 밀크쉐이크같은 술의 질감이 유리 밖으로도 전해진다. 잔에 따르니 술이 아니라 한겨울 장독에서 갓 꺼내온 동치미 국물같기도 하다. "얼음이 녹기 전에 입에 털어넣어야 슬러시소주의 참맛을 알 수 있어요." 일행은 첫 잔을 부딪쳤다. "집에서 슬러시 소주를 만들어 먹어보려고 이 집 사장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그것만은 비밀이라며 안가르쳐줘요." 조성화 씨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김미선 씨는 "아무래도 곱창이니까 약간 느끼한 맛이 있는데 이 차가운 소주 한 잔과 곁들이면 환상적인 궁합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얼음과자 먹는 것같은 기분도 들고요." 이문영 씨는 슬러시소주로는 보통 주량의 1.5배 이상을 마시게 된다고 했다.

 
돼지갈매기살도 맛을 안 볼 수 없었다. 소금구이였다. 역시 초벌구이 상태로 서빙이 됐다. 점심 때 곱창을 밥반찬으로도 먹는다는 사람, 곱창보다 갈매기살이 더 쫄깃하고 고소하다는 사람…. 취향과 기호가 다양했다. 배는 부르지만 마무리를 반드시 공깃밥과 된장국으로 하고야 말겠다는 일행. 시간이 9시를 향해가고 가게는 만석이었다. 쌀쌀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발디딜 틈이 없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매월 넷째주 일요일은 휴무이고 주차 가능하다. (051)633-6847.


주인장 한마디
- 빨래하듯 문질러 냄새없애
- 화력조절이 곱창맛의 변수

백년식당은 지난 1999년 8월 개업해 올해로 만 8년째이다. 194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이 곱창골목에서는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셈이다. "개업 당시 주변 가게보다 돋보이기 위해 '백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장 엄수용(51) 씨. 문현동 곱창골목에서는 이 식당보다 전통이 있고 유명한 곳도 있지만 백년식당은 자체 개발한 메뉴와 노하우로 어디 못지않은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고기 재료의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겠죠."

곱창은 돼지의 직장부분과 연결된 내장이다. 밀가루 왕소금 식초를 섞어 거기에 곱창을 넣고 빨래하듯 빡빡 문질러대면 고기에서 누런 진액이 빠져나온다. 이 물을 빼야 돼지 냄새가 안 나는 단백한 재료가 된다. "곱창은 하루 묵힌 것과 그날 잡은 것의 맛이 확연히 다릅니다. 하루만 지나도 안에서 내장이 썩어 냄새가 나요." 소주를 젤 상태로 얼린 슬러시소주도 이 집 사장이 찾아낸 비법. 소주를 얼리는 온도와 시간이 비밀이다. "개인적으로 얼린 소주를 좋아했는데 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닌 상태의 소주를 마시는 방법을 어느 날 알아냈습니다. 다른 것은 다 가르쳐 드려도 이것만은 말씀 못 드립니다."

곱창골목 유명세를 타고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도 잦다. 이 맛을 못 잊는 손님들은 초벌구이한 상태로 냉동포장해 외국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처음엔 센불, 갈수록 약한 불이 좋습니다. 화력 조절도 고기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죠. 자꾸 굽다보면 노하우가 생기는데 맛 한번 보러 오시죠."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 맛집기행(회원 4만3000여명)'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국제신문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2007.11.0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