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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맛집] 따끈한 빵에 양고기 한 조각 -두실 "족 규젤"

그루터기 Doodle 2007. 12. 6. 21:18

[몰래가는 맛집] 따끈한 빵에 양고기 한 조각 "족 규젤"
터키 케밥 전문점 '카파도키아'
족 규젤 : 터키어로 '맛있다'는 뜻

 


 
  시시 케밥. 뒤쪽에 보이는 것은 라와시와 요구르트 음료 '아이란'.
한때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오스만투르크제국의 후예이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3, 4위전에서 한국팀에게 통한의 패배를 안기고도 서로 어깨를 결 수 있었던 형제의 나라. 바로 터키다. 동·서양 문명의 전통과 제국의 화려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터키 음식을 현지인의 손맛을 빌려 맛볼 수 있는 곳이 부산에도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금정구 남산동의 '카파도키아'가 이번 목적지이다.

위치는 지하철 두실역에서 범어사 방면 5분 거리. 이슬람 부산성원의 동그란 원형 지붕이 보이면 다 찾았다고 봐도 좋다. 식당은 사원 입구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원래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 일대를 아우르는 지명. 옛날 로마군에 쫓긴 기독교인들이 숨어살던 곳으로, 기암괴석이 솟아있는 신기한 풍경 덕택에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도 쓰였던 유명 관광지이다.

카파도키아의 황량하고 외계별과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식당 내부는 작고 아담하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타일과 도자기 공예품, 코끝을 자극하는 향신료, 잔잔히 흐르는 전통음악이 이슬람문화권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풍취를 떠올리게 한다. 식당 한쪽 열린 공간으로 자리한 조리실에서는 터키인 요리사 2명이 주문받은 음식을 해내느라 바쁘다. 이런 종류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메뉴도 먹는 방법도 낯설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부산맛집기행 회원 이미경(여·38·교사) 씨와 김현정(여·33·직장인) 씨가 맡았다. "터키에서는 술탄(왕) 한 사람을 위해 수백 명의 요리사들이 수백 가지 케밥 요리를 해 바쳤다고 하죠. 그 노하우가 쌓여 중국 프랑스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꼽히게 됐다고 합니다." 메뉴판을 구경하는 사이 이 씨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 '찐 가지+치즈+고기' 고소한 맛

- 향신료·양고기 냄새 걱정 없어

 
  훈카르 베엔디. 윤민호 인턴기자
터키어로 고기라는 뜻의 케밥은 양고기나 쇠고기를 구워 빵에 얹어 먹는 전통요리이다. 한국의 7.5배 크기인 터키는 기후와 식생이 다양해 재료에 따른 케밥의 종류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케밥은 현재 12가지이다.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시시 케밥'. 양고기를 향신료에 절인 후 꼬치에 꽂아 구운 요리로, 우리의 꼬치구이와 비슷하다. '시시'가 터키어로 꼬챙이라는 뜻이다. 꼬치 2개와 밥 셀러드 감자튀김 오이지 토마토 등이 한 접시에 모두 담겨 나왔다. 밥은 기름에 약간 볶인 상태로 소금간이 돼 있었다. 김 씨는 "고기만 먹어도 되고 라와시라는 밀전병에 싸서 먹어도 좋다"고 했다. '라와시'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구운 빵. 갓 구워내 아직 뜨거울 때 조금씩 떼내 고기와 야채 등을 얹어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식당에서 추천하는 메뉴 중에는 '훈카르 베엔디'라는 것도 있었다. 치즈와 찐 가지를 섞어 구은 뒤 휘핑크림을 섞고 그 위에 얇게 썬 양고기를 얹은 요리이다. 부드러운 치즈와 고기를 조금씩 떠서 라와시에 싸먹으면 고소하다. 쇠고기 완자와 비슷한 '치즈 코프테'도 인기다. 빵 속에 고기 치즈 등을 넣어 오븐에 구운 '코냐 렙'. 씹으면 뜨거운 치즈와 고기가 입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쇠고기나 양고기를 짤게 썰어 볶은 '야흐니'는 한국 밥상에서 반찬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겠다. 외국 여행에서 양고기를 접해본 사람들은 특유의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곳 양고기에서는 노린내가 비교적 약했다.

이런 요리는 하나씩 별도로 먹어도 좋지만 코스로도 즐길 수 있다. 우선 수프로 속을 달랜다. 여기에 터키 사람들의 밥이라고 할 수 있는 에크멕(터키식 빵)을 홈무스(콩을 갈아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전채요리가 끝나면 앞서 언급한 메인요리를 맛본 뒤 달콤한 후식을 기다리자. 수틀라치(쌀로 만든 푸딩)나 터키 요구르트가 대표적이다. 차게도, 따뜻하게도 먹는다는 수틀라치는 밥알이 간간이 씹혀 이색적이다. 끝으로 터키 홍차를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메인요리는 1인분에 7500~1만2000원선. 코스로 즐기면 1인당 1만5000~1만9000원이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연중 무휴. 주차는 이슬람성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051)515-5981


# 주인장 한마디

- 터키 이슬람의 음식과 문화체험 '일석이조'

 
지난해 1월 문을 연 카파도키아는 사장과 요리사 3명이 모두 터키인이다. 사장인 시난 오즈투르크(34) 씨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터키문화 전도사로, 축구팀 FC서울에서 세뇰 귀네스 감독의 통역을 맡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일을 보고 있다. 가게운영은 지배인인 정경민(38) 씨가 대부분 대신한다.

"터키 음식하면 강한 향신료 때문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지 음식보다 향신료를 덜 쓰고 양고기 냄새를 줄이기 위해 고기를 마늘·고추가루 소스에 재어뒀다 쓴다. 그러나 터키 전통에 따를 부분은 확실히 따른다.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은 반드시 '할랄'이라는 전통의식을 거친 고기만 먹는다. 이곳 고기도 모두 그런 과정을 통과한 재료들이다. 따라서 카파도키아의 음식은 한국인에게도, 무슬림에게도 부담이 없는 요리라는 것이 정 씨의 설명이다. "지역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중동 사업가들도 출장차 부산을 방문했을 때 꼭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음식만 파는 게 아니다. 지갑 도자기 등 터키 전통 공예품 감상이나 구입이 가능하다. 물이 담긴 커다란 유리관을 통해 담배연기를 뿜었다 들이마시는 물담배도 피워볼 수 있다. 터키 여행 안내서가 구비돼 있을 뿐 아니라 사장 요리사 지배인이 모두 터키 전문가인 덕분에 제대로 된 여행 자문도 받을 수 있다. 부산 속의 작은 터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정 씨는 "다음달 중순부터는 생선요리 등을 더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3만~5만 원대 고급 메뉴도 개발해 이슬람권 손님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 맛집기행(회원 4만3000여명)'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국제신문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200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