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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버스 종점앞 '맷돌순두부' 본문

◆ 맛집♬

범어사 버스 종점앞 '맷돌순두부'

그루터기 Doodle 2008. 7. 20. 00:05

[이 집에 가면] 범어사 버스 종점앞 '맷돌순두부'
국산 콩 사용 구수한 순두부에 웰빙 반찬도

'맷돌순두부' 집은 범어사 지하철 역에서 100m쯤, 범어사 버스 종점 앞에 있다. 주말 금정산 등산객들로 상당히 붐비는 집이다.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들러 '구수한 요기'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언젠가 식구들과 범어사 등산을 가면서 한 번 들렀던 음식점이다. 그때 깔끔하다고 느꼈는데 이곳저곳에 묻고 추천을 받아 가보니 영판 그 집이다. 사람의 입맛이 멀고 가까워도 별다르지 않은 것이다. 취재를 간 지난 15일 점심 때도 한 차례의 점심 손님들이 쓸고 지나갔다. 만족한 얼굴들이었다.

이 집은 두부 맛이 구수한 집이다. 구수한 맛의 비결은 국산 콩으로 두부를 직접 만들어내는 데 있다. 바깥에 지름 80cm의 가마솥이 보였다. 주인 김원안(52·사진)씨의 말이다. "이전에는 강원도 콩을 썼으나 지금은 거창농협에서 콩을 가져와요. 한 달에 서너 가마 정도를 쓰지요. 일 년에 사오십 가마를 쓰니까요." 콩은 백태다. 노란콩말이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신기하다. 하루 전에 불린 콩을 갈아 가마솥에 넣어 적당시간 끓이고 그 끓인 것을 짜서 물을 빼낸다. 물을 짜낸 콩가루는 비지가 되고, 짜낸 물은 간수를 넣으면 두부와 순두부로 변한다. 두부를 만드는 데 5시간 이상이 걸린다.

뭇 음식이 그렇듯 두부는 재료가 우선이다. 국산 콩과 중국산 콩은 차이가 많이 난다. "두부를 만들 때 끓는 콩을 저으면 국산은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중국산은 가벼운 느낌이 들어요. 참 희한하지요." 두부 맛을 보면 국산은 고소하고, 중국산은 밀가루 맛 같이 밍밍하다. "사람 입맛이 수천리를 가지요. 어떤 재료를 쓰는지 다 아는 것이죠. 최상의 재료로 최선을 다해야 해요."

맷돌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순두부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했다. 고추기름을 넣지 않아 일반적인 순두부처럼 뻘겋지 않았다. 양파 멸치 따위 10여 가지 재료를 우려낸 맛국물과 어우러진 말끔한 순두부 한 숟갈이 목구멍을 불원천리하고 시원하게 달려 내려갔다. 콩비지 맛도 고소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완도산 돌김, 곰피무침, 오이무침, 열무김치국, 멸치무침이 모두 웰빙 반찬이었다. 특히 깻잎 위에 묽은 된장을 얹은 것이 상큼했다. 생선구이도 곁들여졌다. 매일 새벽 부전시장에 나가 사온 재료로 만든 반찬들이다.

두부의 맛이 서민적이듯 이 집 음식들과 가격이 모두 서민적이다. 맷돌순두부백반 맷돌콩비지백반 된장찌개 김치찌개 콩국수 등 식사류가 일색으로 4천500원이다. 각종 두부 안주, 해물파전, 빈대떡 등의 안주류도 5천~6천원이다. 지인들과 일부러 2천원짜리 막걸리에 두부 안주 한 번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군침이 돈다.

 

 

051-508-3170.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 입력시간: 2008. 07.17.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