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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 협착증 1시간 수술로 ‘꼬부랑 허리’도 펼 수 있다

그루터기 Doodle 2008. 4. 9. 00:04

척추관 협착증 1시간 수술로 ‘꼬부랑 허리’도 펼 수 있다

디스크와 달라 물리치료로는 효과 거의 없어
미세 현미경 감압술은 후유증 적고 성공률 높아
레이저 이용 흉터 최소화… 당뇨·고혈압 환자도 가능
▲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죽는 날까지 잃고 싶지 않은 가장 소중한 걸 대라면 서슴지 않고 보행의 자유를 대겠다.” 작가 박완서는 그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희망과는 달리 적잖은 부모님들은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를 입에 달고 사신다. 반 시간도 제대로 걷지 못해 쉬어야 하고, 허리를 숙여 ‘꼬부랑 할머니’로 다니기도 한다. 인천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원장은 “이런 증상을 단순히 노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가볍게 넘기는 것은 금물”이라면서 “적잖은 경우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이 노화로 인해 좁아지면서 신경들이 눌려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뼈 뒤쪽의 빈 공간인 척추관은 몸 속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다. 나이가 들면 척추관을 둘러싼 척추뼈 마디가 굵어지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 현상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척추관 속 신경들이 눌려 엉덩이나 다리에 통증이나 저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대개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으면 통증이 줄고 한결 편해진다고 이야기한다. 척추관이 곡선을 그리며 이완될 경우 척추뼈와 인대에 눌려 쪼그라든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높이가 비슷해져 척추관 속 신경이 자극을 덜 받기 때문이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 중 허리를 굽히고 걷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일시적으로 뼈와 뼈 사이가 이완돼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통증이 사라진다고 해서 허리를 계속 굽히고 다닐 경우 영영 ‘꼬부랑’ 신세를 면하지 못할 수 있다.

환자들은 허리가 아프면 대개 디스크를 의심한다. 그러나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은 증상부터 다르다. 디스크 환자들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똑바로 누울 때 심한 통증을 느끼며, 특히 누웠을 경우에는 다리를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고 호소한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뒤로 젖혔을 때 통증을 느낀다. 이들은 누워있을 때 더 편안하다고 말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된 척추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노화돼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인이 다른 만큼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지만 제대로 진단을 받지 않은 채 디스크로 지레 짐작하고 물리치료를 고집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디스크 환자의 경우 수술하지 않고 물리 치료만 꾸준히 받아도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지만, 척추관 협착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는 물리 치료를 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장기간에 걸쳐 굵어진 뼈마디가 척추관을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수술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미세 현미경 감압술’은 통증이나 후유증을 덜면서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감압술은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주변조직들을 제거해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다. 즉 척추관을 압박하는 뼈나 인대를 제거해 압박을 덜어주는 것이다. 미세 현미경 감압술은 척추뼈의 뒷부분을 1.5~2㎝정도 절개해 손상된 부위를 레이저로 제거하기 때문에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수술 시간은 1시간 안팎으로 피부를 절개한 흉터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근육이나 인대, 척추 관절 손상이 적어서 회복도 다른 척추 질환 수술에 비해 빠른 편이다.

시술의 가장 큰 특징은 고배율의 정밀 현미경을 통해 환부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호 원장은 “척추 주변의 신경이나 지방 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고, 수술한 뒤에 신경근육이 뭉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면서 “수술 성공률도 높고 후유증과 합병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는 연성 고정술 치료법도 자주 쓰인다. 피부를 3㎝ 정도 절개한 뒤 수술 현미경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척추 뒤쪽 뼈(극돌기) 사이의 공간에 척추안정기구인 디암(DIAM)을 삽입하는 시술법으로, 뼈와 인대를 제거하고 나사못을 고정하던 기존의 척추 융합술과는 달리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근육과 주변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척추 융합술에 비해 출혈이 적고 수술한 뒤 흉터와 통증이 덜한 것도 장점. 환자의 회복 속도도 빨라 수술한 당일 바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다. ▒
척추관 협착증, 이럴 때 의심하자

1. 허리를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하다.
2. 허리를 조금 앞으로 굽혀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3.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당겨 주저앉게 된다.
4.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다가도 일어서서 움직이면 덜 아프다.
5. 밤에 종아리가 많이 아프다.
6. 흐리거나 추운 날씨에는 허리가 뻣뻣해지고 더 아프다.
7. 바로 눕거나 엎드려 잠을 자기 힘들다.
8. 남들이 보기에 등과 허리가 굽었다고 한다.
9. 단단한 방바닥보다 푹신한 곳이 편하다.


| 인터뷰 | 이성호 인천 현대유비스병원 원장

“척추뼈 노화가 원인… 디스크보다 수술 효과 좋아”

“척추관 협착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면서도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환자의 대부분이 50세 이상 고령자여서 수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보이는 것이죠. 이런 분들에게는 미세 현미경 감압술과 연성 고정술을 추천합니다.”

인천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원장의 조언이다. 이 원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의 환자 10명 중 4명은 척추관 협착증 환자였다”며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굵어진 뼈마디가 척추관을 눌러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제거 수술을 받지 않으면 통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술이 척추관 협착증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습니다. 지난 2월 미국 러시대(Rush University) 연구팀이 미국 안에 있는 치료센터 13곳에서 척추관 협착증 환자 65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수술을 받은 사람 중 63%는 증상이 개선됐지만 수술 대신 물리 치료를 받은 사람은 29%만 증상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이 원장은 특히 “미세 현미경 감압술은 고배율의 미세 현미경으로 환부를 보면서 손상된 부위만 레이저로 제거한다”면서 “현재 성공률은 95%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세 현미경 감압술이 노년층의 신체적 특성에 맞춘 수술법이란 점을 강조했다. 나이든 환자의 체력 부담이 적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합병증이 있어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원장은 “연성 고정술의 경우 척추의 운동성을 유지하고 인대를 원래 상태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한 뒤 통증이나 후유증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아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조선[1998호] 2008.03.31/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