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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가는 부산 맛집] 남천동 - '경례 대구뽈찜' 본문

◆ 맛집♬

[몰래가는 부산 맛집] 남천동 - '경례 대구뽈찜'

그루터기 Doodle 2007. 7. 21. 17:55

[몰래가는 부산맛집] 남천동 경례 대구뽈찜
원조 대구뽈찜 여기 있었네

 

 

이런 문전박대는 처음이다. 기자라 밝히지 않고 맛을 본 뒤 취재를 위해 다시 찾은 식당. 싸늘한 말투로

 

"우리는 지금도 손님이 많은 데 굳이 신문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식당 사장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어쩌랴. 음식이 맛있으니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한 끝에 겨우 취재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소개하게 된 이 식당은 바로 부산 남천동에 위치한 경례 대구뽈찜이다. 이 집은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길 눈 어두운 기자는 코 앞에 가게를 두고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문 닫기 직전에야 겨우 도착했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대구뽈찜을 시킨 후 냉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제 정신이 들었다.

이 집 메뉴는 딱 하나. 대구뽈찜이다. 그만큼 뽈찜에는 자신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오는 밑반찬은 단출하다. 식판 같은 접시에 멸치조림 호박나물 등 4가지 반찬을 담아오고 그 외엔 김치와 살짝 데친 미역과 배추가 전부다. 식당 마감 시간이라 그런지 밑반찬이 정성스럽다거나 그리 맛깔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시래기국이 함께 나오는데 국은 시원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집에서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한다고.

숨을 고르고 국물을 몇 수저 뜨다보니 금새 대구뽈찜이 나온다. 먹음직스러운 붉은색 양념을 콩나물 위에 듬뿍 얹었다. 그 밑에는 대구가 살짝 가려져 있다. 이 집 뽈찜의 양념은 양파와 고춧가루가 생명이다. 향긋한 양파향이 매콤한 고춧가루와 어우러져 감칠맛이 나고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미나리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사람 수에 맞게 앞접시를 내놓는 데 각자 취향에 맞게 양념과 콩나물 대구를 덜어서 비벼먹으면 된다. 밑에 깔린 대구살은 양이 조금 모자란 듯 하다. 대구뼈를 다 발라내고도 아쉽다 싶으면 감자 사리를 추가하면 된다. 남은 양념에 사리를 비벼먹으면 그제서야 배가 든든해져 온다.

알고 보니 손맛의 주인공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대구뽈찜 식당의 주방장이었던 박경례 주인 아주머니다. 자기 식당을 내보자는 생각에 직장 생활을 하던 아들과 함께 4년 전 이 가게를 열었다. 지금도 그 때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맛의 비결을 물어보니 박 씨는 양념에 들어간 재료를 말해준다. 설탕 미원 고춧가루 양파 등등 정말 별다른 재료가 없다. 그 때 옆에 있던 직원이 한 마디 거든다. "주인 아주머니 손은 마술 손이에요" 같은 재료로 음식을 해도 그 깊은 손맛은 아무나 따라올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집에서 사용하는 대구는 뉴질랜드산이다. 국내 산은 너무 비싸 엄두를 못내고, 뉴질랜드 대구를 대주는 배가 따로 있어 싱싱한 대구로 구해온다고. 대신 나머지 음식 재료들은 모두 국산임을 강조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해와 그날 그날 밑반찬을 만들고 김치도 직접 담가 내놓는다.

박 씨의 아들인 손진석 사장에게 다른 메뉴는 할 생각이 없냐니까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고 싶다"고 잘라 말한다. 입소문도 나고 단골도 많아 손님들이 식당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솔직히 취재가 내키지 않을 만도 하다.

다만 맛집 기행 회원들의 말을 빌리면 가끔 양념이 너무 짤 때가 있다고. 또 식판 같은 그릇에 나오는 밑반찬에도 좀더 신경을 쓰면 손님들이 더 찾아주지 않을까. 모자란 듯한 대구의 양도 아쉽다. 대구뽈찜 소짜 15000원, 대짜 3만 원. (051)621-2399

 

 ◈ 찾아가는 길
부산 남천동 KBS 맞은 편 남천병원 바로 뒷골목에 위치. 주차 가능.

 ◈'부산 맛집 기행' 회원들의 20자 평
#상큼한 양파향이 밴 양념 맛있어요.

 

 

 

 

국제신문 글=김경희 기자 kyungk@kookje.co.kr 입력: 2007.06.21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