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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볼 때 마다 휑한 내 머리카락, 백날 두들겨도 안난다”…탈모 고민 결국 ‘이것’해야 [생활 속 건강 Talk]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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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볼 때 마다 휑한 내 머리카락, 백날 두들겨도 안난다”…탈모 고민 결국 ‘이것’해야 [생활 속 건강 Talk]

그루터기 Doodle 2024. 9. 18. 16:54
사람 모발은 자외선 차단 역할
봄철에 늘고 가을부터 줄어들어
일평균 머리카락 100개 빠지거나
앞머리 헤어라인 점점 올라가면
약물치료나 모발이식 필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가르마 부분의 빈 공간이 이전보다 더 넓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두번의 출산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경험을 했지만 언젠가 다시 자라겠거니 하고 방치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 머리카락이 유난히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A씨는 탈모 초기 진단을 받고 처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라 불린다. 통상 사람의 모발은 봄철에 그 수가 늘어나고 가을철에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탈모 증상이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치료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탈모가 이미 시작됐다면 이를 피할 순 없지만 약물 복용 등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있다고 강조한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 환자는 2018년 22만여명에서 2023년 25만여명으로 5년새 약 14% 늘었다. 해당 수치가 원형 탈모증, 흉터형성 탈모증 등 심각한 질환으로 보험 급여를 받은 사례들이란 점에서 경증 탈모 환자까지 합하면 그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적인 모발은 성장기(3~5년)와 퇴행기(1개월), 휴지기(3개월)를 반복한다. 모발의 생장주기에 따라 사람도 털갈이를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겨울철에 털이 가장 많아지는 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추위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반면 사람의 모발은 강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봄철에 많아지고 가을철부터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거나 매우 가늘어진 상태를 말한다. 일반 사람들보다 모발의 성장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크게는 모낭이 유지되는 탈모(유전성·휴지기·원형 탈모증)와 유지되지 않는 탈모(흉터형성 탈모증)로 나뉜다.

전체 탈모증의 85~90%는 유전성(안드로겐성) 탈모증이다. 이는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된다. 주요 원인은 유전자, 노화, 남성호르몬(DHT 호르몬) 등 3가지다. 문익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보통 대머리라고 하는 안드로겐성 탈모증은 우리나라 50세이상 남성의 약 25%에서 발생하는 흔한 형태”라며 “20대 후반 또는 30대부터 앞머리의 양측과 정수리에서부터 탈모가 시작돼 결국 옆머리와 뒷머리만 남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탈모증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서구화된 식습관과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지방층에서 분비되는 염증 유발물질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만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휴지기 탈모증은 스트레스나 영양 결핍 등으로 모발의 생장주기가 잠시 변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출산 후 많이 나타나는데, 임신 중 증가했던 여성호르몬이 분만 후 감소하면서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권 교수는 “보통 아이가 100일 때 엄마 머리가 가장 많이 빠지고, 12개월쯤 거의 회복된다”며 “일부 회복이 안되는 사람은 여성형 탈모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여성형 탈모증의 경우 모발이 전체적으로 얇아지고 가르마가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남성형 탈모처럼 완전히 벗겨지거나 헤어라인이 올라가서 이마가 넓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원형 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흉터형성 탈모증는 외상, 화상, 감염 등으로 인해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된 상태를 말한다.

픽사베이
탈모 초기에는 정수리와 앞머리의 모발이 뒷머리에 비해 가늘어지는 양상을 띤다. 모낭이 작아지고 피지샘이 커지면서 유분기가 늘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졌다고 느낀다면 탈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 교수는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탈락하거나 앞머리 헤어라인이 점점 위로 올라가는 것도 탈모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며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고 상당한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두피 상태와 모발의 밀도, 굵기, 탈모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탈모 여부를 진단한다.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5개(10%)이상 빠지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모발확대경이나 모발 화상분석을 통해 모발의 밀도와 굵기, 성장 속도를 체크하는 방법도 있다. 두피 조직검사를 통해 모낭의 상태를 살피는 경우도 있다.

유전성 탈모의 경우 완치되기 어렵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의 먹는 약을 사용한다.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라면 모낭을 자극해주는 미녹시딜 등의 바르는 약을 사용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쓰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문 교수는 “탈모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며 “약물치료는 앞머리보다는 정수리 쪽 탈모 치료에 보다 효과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기 모발은 한달에 약 1cm씩 자라기 때문에 6개월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탈모는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은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미 많이 진행된 탈모는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이식이 효과적이다. 뒷머리쪽 두피는 이마나 정수리 두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적어서 탈모가 심해져도 모발이 잘 유지된다. 이식 후 약물치료를 병행해 남은 모발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미용적 결과를 낼 수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된 상태기 때문에 모발 이식을 주로 실시한다.

권 교수는 “노화를 멈출 수 없듯 탈모도 완벽히 치료하기 어렵다”며 “다만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므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많이 빠진다고 생각되면 병원에 내원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습관,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탈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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