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상식

[하지정맥류] 울퉁불퉁 검푸른 다리 핏줄 레이저로 ‘매끈’

그루터기 Doodle 2008. 4. 8. 23:50
[진화하는 의술의 세계 | 하지정맥류] 울퉁불퉁 검푸른 다리 핏줄 레이저로 ‘매끈’
머리카락 굵기 광섬유 넣고 레이저 쏴 정맥혈 역류 차단
심할 땐 ‘보행정맥절제술’ 병행… 흉터도 작아
▲ 혈관초음파로 정맥혈의 역류 부위를 찾고 있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많은 사람이 저녁 때 다리가 묵직하고 뻐근해도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버린다. 나이가 들면서 검푸른색 혈관이 라면 면발처럼 내비쳐도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는 중장년층 10명 중 2~3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주변에서 종아리에 푸른 혈관이 드러나는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어야 하는 여성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하지정맥류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다. 다음으로는 직업상의 원인으로 오래 서서 일하는 교사, 미용사, 조리사, 승무원, 간호사에게서 하지정맥류가 흔히 발견된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노화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기 쉬운 노인도 많이 생긴다. 발생률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높으나 최근에는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남성, 경계근무와 고된 신체훈련을 하는 군인에게도 하지정맥류가 많이 발병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정맥혈이 종아리에 고이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질환이다. 발끝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정맥혈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역류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판막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혈액을 심장 쪽으로만 흐르게 한다. 그러나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이 고장 나면 혈액이 종아리에 고이면서 발끝에서 올라오는 혈액과 만나 소용돌이치고 역류해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어 정맥혈이 다리에 고이게 되면 혈관이 꾸불꾸불하게 보인다. 또 다리가 붓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밤에 자고 있을 때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하지정맥류가 생명에 직접적 지장을 주지 않는 병이기 때문에 그냥 방치한다. 특히 중년 이후의 환자들은 나이가 들면 으레 생기는 병으로 치부하거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지정맥류를 내버려둔다고 해서 부풀어오른 혈관이 저절로 줄어들거나 진행이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점점 진행되어 생활에 지장을 준다. 더 심해지면 다리가 터질 듯 아프고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걸러지지 못한 노폐물이 다리에 머물면서 습진이나 염증, 피부가 썩는 궤양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외과적 절개수술이다. 다리 피부를 절개해 정맥을 잡아 빼주는 것이다. 먼저 사타구니 부위와 무릎 뒷부위를 절개하여 문제가 되는 정맥을 찾아낸다. 그 후 사타구니 부위 정맥에 철선을 넣어 무릎 위로 나오게 한 뒤 정맥과 묶어 사타구니 부위로 빼내어 정맥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전신마취 또는 척추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술 전후 1~2주 동안 입원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종아리부위를 직접 절개하므로 10㎝ 이상 되는 긴 흉터가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아 환자들이 시술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시술이 예전보다 한결 간편해졌다. 레이저치료법과 보행정맥절제술 덕분이다. 먼저 레이저치료법은 살에 주삿바늘 크기의 구멍을 뚫고 정맥에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광섬유를 넣어서 혈관내벽에 레이저를 직접 쏘는 방법이다. 혈관 내벽에 레이저 광선을 직접 쪼이면 정맥이 막히게 되어 정맥혈의 역류가 차단된다. 레이저치료법은 주삿바늘로 구멍만 뚫으면 되기 때문에 피부를 절개하는 과정이 없어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치료부위에 출혈로 인한 멍자국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도 2주 내 곧 사라진다. 시술시간은 30분 안팎이며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므로 건강한 환자라면 별도의 입원과정도 없다. 시술 후 곧바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구불구불한 부위가 많거나 하지정맥류가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면 레이저치료법만으로 매끈한 다리를 갖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레이저치료법과 절개수술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절개수술 역시 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기존 수술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 각광 받고 있는 절개수술은 보행정맥절제술이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정맥을 작은 절개를 통해 특수한 기구로 꺼내 제거하는 방법이다. 정맥류 바로 위의 피부를 1~2㎜ 정도 절개한 후 바늘 굵기 정도의 갈고리 모양 수술 기구를 이용해 망가진 정맥을 제거한다. 여기서 보행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수술 후 바로 걸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마취를 하며 수술 후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존 절개수술에 비해 절개부위가 작아 흉터도 거의 없다. 굵은 혈관은 레이저치료법으로 제거하고, 옆으로 뻗어나간 구불구불한 정맥류는 보행정맥절제술로 제거하면 효과가 좋아 보통 두 시술을 병행한다.

하지정맥류 치료 시 혈관을 제거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로 인해 확장된 혈관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늘어난 혈관은 우리 몸에 더 이상 필요 없는 비정상 정맥으로 혈액순환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하지정맥류 체크리스트

1.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묵직하다.
2. 다리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잘 붓는다.
3. 다리에 가려움증을 잘 느낀다.
4.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든다.
5. 다리에서 뜨거운 느낌이 든다.
6. 밤이 되면 다리에 쥐가 잘 난다.
7. 발목 부근에 습진이 생긴다.
8. 다리에 통증을 잘 느낀다.
9. 다리가 수시로 저리다.
10. 다리 혈관이 남보다 많이 보인다.


이 중 3개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하지정맥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인터뷰 |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 원장

“보정속옷 같은 조이는 옷은 피해야”

“다리에 혈관이 징그럽게 비쳐도 병원에 입원해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에 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레이저치료법, 보행정맥절제술은 아침에 병원에 와서 점심 때면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치료가 가능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 받을수록 흉터 없이 매끈한 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됩니다.”

하지정맥류를 주 진료과목으로 하고 있는 센트럴흉부외과 김승진 원장은 “하지정맥류가 심한 경우에도 수술 직후 걸어서 퇴원할 수 있고 가장 절개가 많은 보행정맥절제술도 1~2㎜만 절개하므로 흉터 걱정이 없다”며 “증상이 생겼다면 초기에 정확히 진단 받고 치료하는 것이 추후 합병증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 시술 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확한 검사다. 정맥혈의 역류 부위를 정확하게 찾지 못한 채 시술이 진행되면 결과가 나쁠 수 있다.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혈관초음파 검사를 한다. 혈관초음파 검사는 혈관질환에서 가장 기초적인 검사로서 최근 들어 기능과 해상도가 획기적으로 발전해 혈관수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심부정맥, 표재정맥, 정맥의 접합부, 관통정맥 그리고 교통정맥 등의 위치와 형태를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해부학적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이 검사는 동맥과 정맥을 흐르는 혈류의 양, 혈류 흐름의 방향, 혈류 속도 등의 기능적 분석이 가능한 검사다. 혈관초음파 검사에 사용되는 최신 장비는 ‘듀플렉스 스캔’. 해부학적 분석과 기능적 분석을 동시에 시행한다는 의미로 듀플렉스 스캔이라고 불린다. 듀플렉스 스캔을 이용하면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정맥혈의 역류부위를 찾을 수 있고 이러한 역류부위의 확인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검사 결과 앞쪽 다리의 대복재정맥 직경이 5㎜보다 크거나 뒤쪽 다리의 소복재정맥의 직경이 3㎜보다 크고 역류현상이 있다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역류로 인해 피가 고이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된 정맥혈이 허파로 쉽게 못 올라가고 역류되어 결국 피부가 썩기 때문이다. 이때 의사의 경험에 따라 혈관상태 진단에 차이가 날 수도 있으므로 숙련된 전문의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치료보다 중요한 건 예방입니다. 하지정맥류의 경우 유전에 의한 발병이 많은 만큼, 가족 중 하지정맥류환자가 있다면 장시간 서 있거나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등 다리에 부담이 가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여성의 경우 레깅스나 스키니진, 보정속옷 등 압박을 주는 옷 대신 다소 여유 있는 옷을 선택하는 것이 하지정맥류 예방의 첫걸음입니다.”


위클리조선 [1980호] 2007.11.19/ 박준동 기자 jd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