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집♬

[몰래가는 부산맛집] 추어탕 전문점 강서구 '할매 추어탕'

그루터기 Doodle 2007. 12. 6. 21:12

[몰래가는 맛집] 추어탕 전문점 '할매 추어탕'
'가을' 한 그릇에 여름 피로 '훌훌'
푹 익은 미꾸라지 살 · 숙주나물 등 어우러져 비리지 않고 담백
산초가루 넣은 김치 · 갈치조림도 일품… 서민 보양식으로 인기

 

미꾸라지를 푹 고아 갖은 채소와 함께 끓인 추어탕은 옛날부터 사람의 원기를 북돋우는 음식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비위를 보하고 설사를 멈춘다.'

본디올세광한의원 김준홍 원장(부산시한의사협회 홍보이사)은 "미꾸라지는 속을 데워주는 역할을 해 소화기 계통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속이 차가워 설사를 자주 하거나 과음을 한 사람이 추어탕을 먹으면 설사가 멈추고 알콜 독소를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꾸라지는 한자어로 '추어(鰍魚)'이다. '추(鰍)'자는 '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가 합쳐진 글자. 그 이름만으로도 미꾸라지는 가을에 먹는 물고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미식가들은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일 무렵인 9, 10월께가 추어탕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적기라며 입맛을 다신다.

 
  갈치조림과 김치
이번주 '몰래가는 맛집'은 초가을 계절식 추어탕을 찾아간다. 부산에서 김해 방면으로 선암다리를 건넌 직후 길 왼쪽에 보이는 불암동사무소를 끼고 좌회전을 해 1㎞ 가량 들어가면 경남 김해시와 부산 강서구 식만동의 경계지점에서 성업 중인 6, 7곳의 추어탕 집과 마주치게 된다. 소하천을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다리(식만교)를 건너면 제일 먼저 빨간색 슬레이트 지붕의 '할매추어탕'이 손짓한다. 척 보기에도 수십 년은 된 듯한 허름한 외관의 식당이다. 방 세 칸이 주된 식사공간이고 바깥에 식탁과 의자 몇 개는 '나홀로 '손님이나 시간에 �기는 '나바빠' 손님 차지였다. 메뉴는 추어탕과 동동주로 단출하다.

주문을 한지 10초도 안된 것 같은데 음식이 벌써 나왔다. 뚝배기에 담긴 뜨거운 추어탕 한 그릇과 하얀 공기밥. 밑반찬이 다섯 가지다. 갈치조림과 갓 담은 듯한 배추김치 파김치 도라지무침 고추잎나물 등이 식욕을 돋운다. 입맛에 따라 추어탕에 추가할 수 있도록 다진 고추와 마늘도 푸짐히 제공됐다.

 
  추어탕 1인분 상
산초가루 고춧가루 마늘 등을 적당히 넣어 잘 섞은 뒤 '호~호~' 불어가며 한입 맛을 보았다. 충분히 익어 죽죽 잘 찢어지는 시래기 숙주나물 등 채소와 곱게 다져진 미꾸라지 살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진다. 진하고 걸쭉한 국물에서는 생선 비린내나 흙냄새를 좀처럼 맡을 수가 없다. 손님인 강진석(34) 씨는 "추어탕은 잘못 끓이면 비릿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 집은 고소하고 담백해 때가 되면 늘 생각이 난다"며 연신 땀을 닦았다.

미꾸라지는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양질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 칼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탕으로 끓여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세균 저항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고혈압과 동맥경화, 비만 환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있다. 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나 우엉 등 채소는 식이섬유소를 보충하고, 향신료로 쓰는 산초는 위장을 자극해서 신진대사 기능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결국 초가을 추어탕은 여름철 내내 땀으로 빠져나간 기운을 북돋워주는 대표적인 서민 보양식인 셈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와 갈치조림을 추가로 주문하는 손님들이 유독 많았다. 김길선(여·36) 씨는 "붕어조림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등 조림반찬이 꼭 한가지씩 나오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라고 했다. 김치에는 산초가루가 약간 들어있어 독특한 맛이 난다. 국그릇의 바닥이 드러나는 데는 20분이 채 안 걸렸는데 얼굴이 온통 땀범벅이다.

추어탕 한 그릇에 5000원, 동동주 한 통에 5000원이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중 무휴이지만 추석 등 특별한 날에는 쉬는 경우가 있어 미리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051)971-7139


# 주인장 한마디

- 미꾸라지 5시간 고아 살만 걸러내… 38년째 대를 이은 손맛

'할매추어탕'의 하영미(여·48) 사장은 시어머니로부터 맛의 비법을 전수받아 25년째 추어탕을 끓이고 있다. 작고한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물려받은 셈이다. 시어머니 시절과 합하면 할매추어탕의 전통은 올해로 38년째 접어든다.

하 사장이 말하는 음식맛의 비결은 재료의 질과 정성이다. "요즘은 중국산 미꾸라지가 많습니다. 중국산으로 끓이면 맛이 없죠. 자연산은 워낙 구하기가 어렵지만 양식이라도 반드시 국산을 사용해 탕의 맛을 지키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솥에서 5시간 가량 푹 삶은 뒤 소쿠리를 받쳐 일일이 손으로 걸러낸다. 이렇게 미꾸라지의 뼈와 살을 분리한 뒤 살만 발라 다시 솥에 넣고 시래기 숙주나물 양파 방아잎 부추 등 갖은 야채와 함께 다시 한 시간 가량 끓이면 손님들이 좋아하는 다갈색의 풍성한 추어탕이 완성된다.

하 사장은 탕과 함께 제공하는 밑반찬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되도록 마른 반찬은 피하고 대신 김치나 젖갈 등 전통음식을 내어 추어탕과 함께 맛이 어우러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추어탕과 함께 이 식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붕어조림을 이제는 보기가 힘들어졌다. 강물이 오염되면서 옛날만큼 붕어가 안 잡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메뉴가 최근에는 갈치조림으로 바뀌었다. 하 사장은 "좀처럼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상큼한 공기를 마시고 보양식도 즐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사진=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국제신문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