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무릎구조 남성과 달라 … 충격에 더 약해
①인공관절도 남녀가 유별
병원에서 웬 성차별?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선 가능한 일이다. 인공관절에 여성의 특징을 반영하지 않아 수술 후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젠 인공관절도 맞춤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남녀가 유별하듯 여성에 맞는 인공관절을 사용해 수술 후 통증 감소와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이다. 조인스 헬스케어가 진행하는 ‘관절 사랑’ 캠페인을 연세사랑병원과 짐머사의 후원으로 소개한다.
◆여성관절 어떻게 다른가=‘아줌마는 강하다. 하지만 무릎은 약하다.’ 왜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여성이 전체의 90%(2005년 심평원 자료)나 될까.
우선 여성은 무릎의 구조가 남성과 확연히 다르다.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라 모양에도 차이가 있다. 우선 남성 무릎은 관절 모양이 원형에 가까운 반면 여성은 무릎의 가로 폭이 작아 타원형에 가깝다.<그림(下)> 이러한 차이는 큰 무릎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 무릎 앞부분이 남성 관절은 볼록하게 나와 있는데 반해 여성 관절은 덜 볼록하다. 마치 납작코의 모양이다.
여기에 무릎 슬개골(뚜껑뼈)이 닿는 대퇴골 활차도 남성보다 짧고 얇다. 그 결과, 다리를 구부리고 펼 때 힘을 많이 받는다. 골반이 남성보다 벌어져 있어 슬개골 운동 각도도 넓다.
특히 여성은 무릎을 지탱하는 근육의 부피가 적고, 강도 역시 약하다. 이렇게 약한 무릎으로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가사노동이 많아 일찍 퇴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여성용 왜 좋은가=현재의 인공관절은 남녀 구별이 없다. 남성과 여성의 관절 평균치를 근거로 제작됐기 때문. 이는 여성에게 남자의 옷을 입힌 것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기존에 여성용으로 개발된 것도 있지만 크기와 가로 폭 정도를 줄인 것이다.
올 4월부터 국내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공관절 ‘젠더니’는 여성의 관절 모양을 반영하고 있다. 약 800명의 무릎을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3차원 모델을 만들고, 움직임을 분석해 디자인했다.
대퇴골의 가로 폭뿐 아니라 대퇴골 활차의 폭과 두께를 얇게 했다. 계단을 올라갈 때 활차가 슬개골과 닿질 않아 무릎 앞쪽 통증이 줄었고,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는 설명이다. 골반이 큰 여성의 슬개골 운동각도도 제품에 반영했다.<그림(上)>·(中)>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가 여성용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1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수술 뒤 자력으로 걷는 기간이 평균 1.2일 줄었으며, 무릎을 120도까지 구부릴 수 있는 시기도 2일 정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기간도 2∼3일 단축됐다. 이 병원 고용곤 원장은 “수술 후 통증은 재활 기간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무릎을 많이 굽혀야 하는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적고 편하다”고 말했다. 젠더니는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했다.
◆수술 후 오래 잘 쓰려면=인공관절 수술은 삶의 질을 개선해 주지만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신경이나 혈관 손상, 그리고 삽입물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1% 내외에선 수술부위 감염·탈구·대퇴골 골절도 나타난다.
또 수술 후 3개월은 적응기로 통증이 심할 수 있다. 수술이 잘되었더라도 재활 운동이 부족하면 기대하는 것만큼 펴지고 구부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 치환된 인공관절을 내 관절처럼 사용하기까지는 반드시 재활운동 과정을 밟아야 한다. 경직된 무릎관절의 운동 범위를 늘려 줘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재활운동의 필요성은 또 있다. 연세사랑병원 재활센터 원광희 박사는 “수술 뒤 조기 재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관절이 굳어 운동범위가 줄어들고, 보행에 장애가 온다”며 “무엇보다 조기 보행으로 입원기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수술 초기에 가장 중요한 재활운동은 근육강화다. 정강이 근육의 힘을 키우기 위한 발목운동, 허벅지 근육의 힘을 키우기 위해 무릎을 쭉 펴서 힘을 주거나 다리를 편 상태로 들어올리는 운동 등이 있다.
중앙일보 고종관 기자